일상/일기

2025-08-03

bysnow 2025. 8. 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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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참 가만히 떠내려와봤더니 나는 완전히 다른 곳에 도착했다.

 

술에 취해 얄팍한 개소리를 늘어놓는, 속물적인 소시민. 스스로를 속이고, 문득 분노가 치밀고 그러다가 따뜻한 행동도 하고.

 

그들과 다르다고 떠벌린다. 나조차도 속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더 이상 두 시간 짜리 영화조차도 한 번에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충동적으로 장을 보러 나가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한아름 담아놓고는 문득 너무 낭비인가 싶어 전부 내려놓고 파스타와 올리브 오일, 페페론치노만 계산했다.

 

피자를 한 판 시켜 혼자 꾸역꾸역 다 먹으며 여행 유튜브를 본다. 서울의 어느 구석 좁은 원룸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하지만 여기 이러고 있는 건 오롯이 내 선택이기에 책상을 대충 치우고 터질 듯한 배를 어루만지며 침대에 누워 보던 영상을 마저 보곤 한다.

 

사람들에게 한껏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척 가식을 떤다. 비꼬거나 무례한 태도를 종종 숨길 수 없다.

 

내 생각은 어느 순간 나의 것이 아닌 듯 느껴진다. 내 육체는 거의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내 뇌를 거치는 생각들은 바깥의 지저분한 어디선가 날아들어와 머릿속을 한껏 채우고 나서 휘발된다.

 

때때로 마치 일론 머스크나 이병헌처럼 되지 못할 건 뭐야 라고 진지하게 피가 끓다가도 다시 멍하니 쇼츠에 시간과 영혼을 죽인다. 불편하게 잠들고, 불쾌하게 깨어난다. 일상은 뒤틀린 자존심과 열등감, 그리고 의지의 반복 뿐이다.

 

나은 인간이 되고자 맘먹을때, 더 어린 시절엔 공책을 펼쳤다. 몇 년 전부터는 이 블로그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을 한없이 떠내려가고 또 떠내려가다보면 문득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공책에 손글씨를 쓰던 시절부터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엔 유독 여기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쉽고 불쾌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던 내리막길.

 

내리막길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실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나아진 삶의 부분들도 있으니.

 

아무튼 이전에도 그랬듯 다시 여기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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